‘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한층 두꺼운 차벽과 철조망으로 ‘무장’하면서, 공조수사본부의 체포영장 재집행이 ‘강 대 강’ 대치 양상으로 흐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주도의 첫번째 영장 집행 실패 뒤 압도적인 경찰력을 앞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며 윤석열에게 접근하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 경찰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공조본의 지난 3일 첫 윤석열 체포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2차 집행은 한층 더 난도가 높아졌다. 닷새가 지난 8일 경호처는 이미 관저를 ‘요새화’했다. 관저 정문에는 가로세로로 겹겹이 주차된 대형 버스 7대가 두꺼운 차벽을 이뤘다. 관저 정문과 외벽 등에는 지름 50~60㎝가량의 철침이 박힌 ‘면도날 철조망’도 둘렀다. 경내에는 드론 무력화 기능이 있는 차량 등 각종 군사차량이 곳곳에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관저가 견고한 경계 태세를 갖추면서, 경찰도 철두철미한 준비로 영장 집행을 관철하겠다는 태도다. 대통령 경호처가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한정된 만큼, 경찰은 2차 집행에서 우선 ‘인해전술’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일 공조본은 공수처와 경찰 특별수사단을 합쳐 150여명을 투입하는 데 그쳤다. ‘인간 방패’로 나선 200여명 규모의 경호처 인력 앞에 맥없이 돌아섰다는 비판이 거셌다.
충분한 경찰력만 투입된다면 경호처 저항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일선 경찰들 생각이다. 체포 경험이 많은 수사 경과의 한 경정은 “버스는 밧줄을 걸어서 끌어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고, 철조망도 마찬가지”라며 “아무리 경호처가 스크럼을 짜고 있어도 떼어내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경험상 앞서서 막는 사람 중 대여섯명만 수갑을 채워도 대오가 무너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특별수사단 외에 체포 작전에 능숙한 형사기동대 등 각 지역 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호처 무력화를 위해 군 병력이나 대테러작전을 벌이는 경찰특공대 투입도 점쳐지는 가운데, 그로 인한 충돌에 대한 우려도 경찰 내부에 공존한다. 서울경찰청에서 근무하는 한 총경은 “대테러작전을 하는 특공대의 섣부른 투입은 경호처가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도록 빌미를 주는 것일 수 있다”며 “경호처는 이번에도 각종 방해 작전을 펼 텐데, 2박3일 정도 시간을 두고 대치하면서 경호처를 고사시키는 전략으로 가야 큰 충돌 없이 체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충분한 인력으로 교대가 가능한 경찰의 이점을 활용해 ‘장기전’을 펴는 게 좀 더 안정적으로 체포영장을 집행할 방법이라는 의미다.
불체포 특권을 앞세운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윤석열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도 변수로 꼽힌다. 형사와 수사 경험을 두루 갖춘 한 경정은 “차벽과 철조망을 처리하고 경호처 스크럼을 푸는 것은 훈련받은 경찰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국회의원들이 관저 앞에 먼저 집결해 막아서는 등의 현장 변수가 문제 ”라며 “ 체포팀은 관저 정문으로 진입 시도를 하되 후문으로도 경력을 투입해서 양동작전을 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저 인근에 모여든 윤석열 지지자들이 소요를 일으킬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 경내의 작전만큼이나 외부 질서 유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출처:한겨레신문. 편집:빛고을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