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다. 최 대행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임명 찬반을 둘러싼 논란도 증폭되는 양상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재의 판단마저 무시한 채 내란 세력의 심기를 살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달 27일 헌재가 ‘마 후보자 임명 보류는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최 대행은 3일까지 닷새째 마 후보자 임명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선고 당일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결정문을 잘 살펴보겠다”는 입장만 냈을 뿐이다.
여권에선 최 대행을 향해 ‘임명 거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법재판관 총 9명 중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무려 4명이나 된다”며 “사법부 내부의 일개 좌익서클이 이렇게 다수를 점하면, 헌재에 대한 국민적 신뢰까지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은 전날부터 마 후보자 임명 반대를 내걸고 단식 농성에 들어갔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바로 (마 후보자) 임명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상 ‘헌재 불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야당은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할 때까지 국정협의체 참여를 무기한 보류하겠다고 맞섰다. 뚜렷한 이유 없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최 대행을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임명 보류 후폭풍이 여야 갈등을 넘어 국정 표류로 번져가고 있다.
헌재는 “국회의 재판관 선출권은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것이고, 대통령은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사람의 임명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선별하여 임명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헌법상 의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 대행 쪽은 헌재 결정의 이행 기간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시간을 끌고 있다. 직무유기는 물론 고의적 헌법 파괴 행위라는 질타를 들어 마땅하다.
최 대행은 4일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의견을 들은 뒤, 마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을 따르는 당연한 사안에 국무위원들의 판단을 반영하겠다는 것 자체가 ‘여권 눈치 보기’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최 대행은 마 후보자를 하루빨리 임명해 헌법 수호의 책임을 다하고 정치적 논란을 종결시켜야 한다.
출처/인용:한겨레신문. 편집:빛고을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