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가결, 그리고 새로운 광장세대와 문화의 등장까지 역사의 기록될 한순간을 지나왔습니다. 아직 현재 진행 중입니다만, 이번 과정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권영길 ‘시민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시민의 힘이 모이면, 어떤 독재정권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이 땅에서 쿠데타는 불가능하다, 꿈도 꾸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시민의 힘이 모이려면, 그 힘이 모이기까지 병든 사회를 바꾸겠다는 열정으로 자신의 몸을 던져 헌신, 희생하는 선봉장이 필요합니다. 저에게 그것은 조직 곧 민주노총의 역할, 진보정당의 역할을 의미합니다.
눈덩이를 자꾸 굴려야 큰 눈덩이가 됩니다. 노동운동, 진보정치운동이 어렵고, 소수라 취급받아도 굴하지 않고 계속 가야 합니다. 그렇게 가다 보면, 꼭 보수정권은 무리수를 둡니다. 그리고 그것이 시민의 분노를 촉발합니다. 사실 이번에 우리가 윤석열 퇴진투쟁을 해왔지만, 실질적 퇴진은 막막했습니다. 탄핵도, 임기단축 개헌도, 100만 광장동원력도 어느 하나 만만치 않았지요. 하지만 윤석열 퇴진투쟁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러자 코너에 몰린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어요, 그러자 시민의 힘이 폭발했습니다.
선봉장의 역할은 반드시 고난의 길을 걷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끝은 영광의 길입니다. 저는 이제 8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아직 우리는 고난의 길을 더 가야 합니다. 내 생에 영광을 누리겠단 생각을 자제하면서 끝까지 가야 합니다.
- 3기 진보당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탄핵과 퇴진투쟁에 돌입했습니다. 끝내 탄핵 가결까지 이뤄졌습니다. 이 여정을 이끌어오신 김재연 상임대표님은 소감이 남다르실 거 같은데요.
김재연 12월 3일 밤 처음에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이렇게 허약한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당시 국회 안에 있었는데, 헬기에서 계엄군이 내리고 본청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또 ‘국회로 모여달라’는 한 마디에 곧장 달려와 국회를 포위한 시민들도 보았습니다.
그 후 2주간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지요. 100만이 국회 앞으로 모였는데, 탄핵안이 부결되고, 그 다음엔 200만이 모이고, 응원봉, 선결제 등 놀라운 연대의 힘이 광장을 메웠습니다. 하지만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내란을 내전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주주의에 굉장한 희망과 함께 절망의 그림자도 공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이 윤석열이라는 괴이한 개인의 일탈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내란세력은 조직적이며 체계적이었고, 여기에 가담‧동조 범위는 매우 넓었습니다. 이것은 역사적 축적물입니다. 윤석열이 파면된다고 해서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란세력을 완전히 도려낼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다양한 항의행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복지부동입니다. 국민의힘을 내란정당으로 강제해산시켜야 한다는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등장했는데요, 국민의힘 해체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권 과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논거를 빌리자면 국민의힘은 해산되어야 마땅한 당입니다. 그러나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고도의 정치행위입니다. 지금이 그것에 주목할 시기인가 따져봐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한국사회를 70년간 지배해온 지배세력의 총결집체입니다. 해방 후 이승만이 친일세력과 손잡고 자유당을 만들고, 자유당을 박정희가 공화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전두환은 민정당으로, 그다음에는 민자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계속해서 간판만 바뀌었어요. 지금 국민의힘이 재창당을 말하는데, 이건 그냥 간판을 바꿔 달겠다는 소립니다. 세력을 바꿔야 하는데, 그건 정말 간단치 않습니다, 자칫하면 되치기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보다 치밀하고 강고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지금 당장은 윤석열 파면, 구속, 처벌에 힘을 집중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윤석열이 탄핵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 하시는데, 우리는 지금 이 땅의 지배세력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윤석열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지 완전히 끝난 게 아닙니다. 또, 윤석열을 파면, 처벌하지 않고 그 동조세력들을 정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김 현재 정당 강제해산은 정부가 건의할 수 있습니다. 헌재가 심판합니다. 국민이 아니지요. 즉, 민주공화국을 위한 일인지, 지배권력을 위한 일인지 판단의 주체가 정부이고 헌재입니다. 또한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사건은 매우 예외적 사건이며, 역사의 오점입니다. 이런 점을 우리는 종합적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권성동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은 내란동조세력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일부 언론은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며 정상적인 여당으로 대우합니다. 내란동조세력과의 거국내각, 고위당정협의를 주문하기도 하고, 협치의 대상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저는 언론이, 정치권이 내란동조세력을 협치의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부터 반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당도 단호한 입장을 세울 것을 촉구합니다. 국민의힘이 완전히 난파되고 거기서 튀어나온 이들과는 향후 정치를 논의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불가하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권 국민의힘 해체 문제에서 하나 더 강조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정치개혁은 곧 정당개혁입니다. 정치개혁을 하자면, 이를 추동할 정당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강령, 이념, 당원조직. 그런데 거대 양당이 역사적으로 걸어온 길 그 어디에도 그런 건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 이 땅에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정치개혁을 해낼 정당은 없습니다. 저에게 그것은 민주노동당이었습니다. 정당건설운동이 정치개혁이고 이것이 진보정치운동입니다. 진보정치운동을 활발하게 벌여야 구체제 정당의 청산도 가능합니다.
- 지금 정치권 일부에서는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탄핵광장의 역동적 에너지를 새로운 사회건설의 동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넓습니다. 개헌논의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권 먼저,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개헌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윤석열 파면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번에 국회가 계엄을 신속 해제시켰기 때문에 유혈사태를 막았습니다.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사회혼란과 광장충돌을 막은 것입니다. 만약 헌재인용이 기각된다면, 시민들이 용납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이전에 보지 못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김 개헌은 국회의원 2/3가 동의해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합니다. 2/3가 달성되려면 국민의힘에서 또 8명이 와야 합니다. 사실상 협치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지요. 또, 개헌의 필요성을 넘어 구체적 조항에 대해 국민들의 선명한 여론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국민투표를 부친다는 건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걸 너무 잘 알고 있는 국민의힘이 개헌논의를 악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성동과 내란세력들이 권력구조 개헌을 대선 지연술로 던지고 있습니다. 부적절한 논쟁을 유도하고 있지요. 비상계엄부터 탄핵가결까지 1차전을 치렀습니다. 헌재에서 파면결정이 나기까지가 2차전이겠고, 개헌까지를 3차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보당은 국회와 광장의 가교역할을 어느 정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2차전을 치르면서, 3차전 대비를 능동적으로 해야 합니다.
권 김재연 상임대표가 잘 지적하셨습니다. 진보당은 현실 정당입니다. 전선조직이 아니지요. 정당은 정당의 책임이 있으며, 개헌이 되려면 밟아야 하는 절차를 구체적으로 따져서 거기서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당위성만 가지고 광장정치처럼만 해서는 안 됩니다. 정당은 자기 위치, 역할을 바로 찾아야 합니다.
윤석열이 파면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개헌논의가 나올 텐데, 진보진영 내에서는 권력구조 중심 논의가 아닌 사회대개혁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점에 다들 동의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권력구조 개헌이 필요 없다는 건 아닙니다. 저는 다당제가 바람직하기 때문에 내각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결선투표제 도입도 매우 중요하고요. 다만 진보당은 상황을 냉철하게 보고 한 두 조항이라도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실질적으로 이뤄내는 역할을 해냈으면 합니다. 87년 헌법에 119조가 생기면서 경제적 평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습니다. 진보당은 개혁 의제를 압축적으로 수렴해서 실질적으로 헌법 조항에 몇 가지라도 넣는 방법론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개헌 전에 고민해야 할 것은 대선입니다. 윤석열이 파면되면, 좋든 싫든 선거국면입니다. 저는 오히려 진보당에 묻고 싶습니다. 진보당은 대선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2007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진보는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유권자들은 갈라져 있는 걸 제일 싫어합니다. 보수세력은 선거 때마다 통합하겠다고 합니다. 표를 얻어야 하니까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진보당이 깊이 생각하고 길을 찾았으면 합니다.
김 실질적 개헌이 되려면, 윤석열 탄핵 1차전이 이뤄지기까지 광장을 열고, 광장과 국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 것처럼, 개헌 국면에서도 이 역할을 얼마나 수행해 낼 수 있겠는가가 중요합니다.
광장의 요구가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되려면, 국회에서 동의를 얻고 또 국민투표를 해야 합니다. 진보당은 이 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판을 벌여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은 진보당이 광장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선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기 준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광장의 자유발언을 들어보면, 수십 년간 노동운동을 했던 간부들보다 높은 수준의 연설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민의 수준이 높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정치 수준에 부응하는 세력일까요?
진보당은 2017년 10월에 창당했습니다. 촛불항쟁의 에너지를 반영한 대선을 치르진 못했습니다. 대선전략 수립은 2017년 촛불항쟁이 20대 대선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광장의 에너지가 집권역량 강화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내란세력을 처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광장의 에너지를 어떻게 흡수하고 정치적으로 증폭시켜 낼 것인가 이것이 요즘 저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 마지막으로 진보당 당원들에게 새해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권 2025년은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끌려 내려오고, 시민 민주주의 시대가 열리는 해입니다. 이 해가 열리기까지 진보당 당원들께서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뛰어온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더욱더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뛰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각 당원 한 분 한 분 정말로 행복하고 힘찬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김 2024년은 풍찬노숙의 해였습니다. 내내 선거운동에, 거리 청소에, 그리고 지난해 마지막은 국민투표운동에 이어 연일 탄핵광장을 지켰습니다. 덕분에, 진보당은 새로운 시대를 향하는 길목 한복판에 서게 되었습니다. 당원 여러분들이 새 시대의 주인공입니다. 2025년 당원과 함께 다시 한번 승리를 만들겠습니다.